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중국읽기] 펑리위안과 장칭

‘펑리위안(彭麗媛)이 제2의 장칭(江靑)이 될까?’ 최근 중화권에서 심심찮게 나오는 이야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이 마오쩌둥의 마지막 동반자 장칭과 같이 정치에 참여할 것이냐는 의문이다. 계기는 지난달 24일 펑 여사의 후난성 창사 방문이다. 펑 여사는 세계보건기구 결핵 및 에이즈 예방 친선대사 자격으로 해당 지역의 결핵 예방 상황을 챙겼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이전에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한데 왜 이런 말이 나올까? 과거와 다르다는 거다. 우선 고위 관료 동반이다. 이전엔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부주임이 수행하는 정도였는데 이번엔 차관급인 후난성 부성장도 대동했다. 두 번째는 사진의 구도다. 과거 사진 속 펑 여사는 비록 가운데 자리하긴 했지만, 대중과 뒤섞인 모습이었다. 지금은 차관급 인사 두 명이 펑 여사와 일정 거리를 두는 구도로 펑 여사를 두드러지게 부각했다.   이 같은 연출은 시진핑 주석과 같은 ‘유일한 존엄’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관료적 냄새가 짙다. 세 번째는 각별한 안전 조치가 취해졌다. 예전엔 많은 인파와 어울리는 모습이었는데 이번엔 엄선된 소수의 사람만 만나 의외의 사고를 예방하는 성격이 강했다. 대만과 미국 언론 등에서 잇따라 펑 여사가 제2의 장칭이 될 것인가를 따지는 분석이 쏟아진 이유다.   장칭은 1969년 정치국 위원이 됐고 70년대 4인방을 결성해 문혁을 주도했다. 마오는 만년에 가장 믿을 수 있는 인물은 가족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장칭에게 대권을 물려주려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마오와 같이 절대 권력을 쥔 시진핑 주석 역시 마오의 전철을 따르지 않겠냐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관측인 것이다. 89년 천안문 사태의 주역인 왕단(王丹)은 “그들 입장에선 가족에 권력을 넘기는 게 이성적인 선택일 것”이라고 말한다.   펑리위안과 장칭의 3가지 공통점이 거론되기도 한다. 둘 다 산둥성 사람이고 예능계 출신이며 아들을 두지 못했다는 점이다. 펑 여사의 정계 진출설은 지난해 11월 2일 리커창 전 총리의 장례식 때 불거진 적이 있다. 당시 펑 여사가 시진핑 주석 다음으로, 그러나 다른 6인의 정치국 상무위원보다 먼저 조문을 했기 때문이다. 이후 펑 여사의 정치국 위원 진입 예측이 나왔고 최근엔 국가부주석이 될 거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펑 여사의 정계 진출설은 아직은 추측에 불과하다. 그러나 2027년 21차 당 대회 때 실현될지도 모를 일이다. 역사는 돌고 돈다고 했는데 두고 볼 일이다. 유상철 /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중국읽기 정치국 상무위원 정치국 위원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부주임

2024-04-08

[J네트워크] 중국 정치의 태감화(太監化)

비서는 크게 두 부류다. 주인의 의식주를 챙기는 생활비서와 정사를 돕는 정치비서다. 춘추시대 천하를 주유한 공자의 곁에도 자로(子路)와 안회(顔回)가 있어 공자의 생활문제를 해결하고 언행을 기록했다. 황제의 생활비서는 환관(宦官)이고, 그 우두머리는 태감(太監)이다. 정사를 보좌하는 정치비서는 군기대신(軍機大臣)인데 봉록(俸祿)이 없다. 재상과 달리 군기대신의 봉록은 국가재정에서 주는 게 아니라 황제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관료가 아니라 가노(家奴)의 신분이란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흔히 비서에 따르곤 하는 부정적인 이미지는 환관 또는 태감의 정사 간여와 관계가 있다. 황제 옆 사람(身邊人)이다 보니 황제의 신임을 얻기 쉽고 이를 발판으로 주제넘게 나서다 말썽을 일으킨다. 그래서 예로부터 망국의 징조 중 하나로 환관의 발호가 꼽힌다.   최근 중국 인터넷 공간엔 ‘국가의 태감화(太監化)’를 우려하는 글이 떠돈다. 태감화가 갖는 문제는 인격은 없이 권력의 비위를 맞추거나 시비를 따지지 않는 채 이익만 좇는 것이다. 그 결과 실제적으론 상사의 일을 돕는 게 아니라 상사의 체면을 지키는 데 그친다. 과거 태감이 육체적 거세자였다면 현재의 태감은 정신적 거세자로 일컬어진다.   중국에서 태감화 운운의 말이 나오는 건 지난해 20차 당 대회와 지난달 양회(兩會)를 거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비서 출신이 대거 요직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권력 서열 2위 리창 총리는 시진핑이 저장성 당서기로 있을 때 비서장 역할을 했다. 서열 5위 차이치는 정치국 상무위원 신분으론 드물게 이번에 당 중앙판공청 주임을 겸하게 됐다. 시 주석의 생활과 경호 등을 책임지는 것으로 생활비서에 가깝다.   서열 6위 딩쉐샹 상무 부총리는 바로 차이치에 앞서 당 중앙판공청 주임을 맡았다. 당 최고 지도부인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중 3명이 시진핑의 비서나 비서 출신인 셈이다. 시 주석은 얼마 전 러시아 방문 때 차이치를 마치 비서처럼 데리고 갔다. 그런가 하면 리창의 총리 취임 후 일성은 앞으로 국무원의 모든 일은 시진핑 핵심(核心)을 쫓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태감화의 문제는 태감이 황제에게 절대복종하듯이 당의 주요 지도자들이 1인자에게 절대 충성하느라 시비를 말하지 않고 선악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덩샤오핑이 마오쩌둥과 같은 ‘괴물 황제’가 다시 출현하는 걸 막기 위해 고심 끝에 출범시킨 견제와 균형의 집단지도체제는 그렇게 중국 역사 속에서 사라지는 모양새다. 유상철 /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J네트워크 중국 태감화 태감화 운운 정치국 상무위원 비서 출신

2023-04-19

[중국읽기] 중국 정치의 태감화 <太監化>

비서는 크게 두 부류다. 주인의 의식주를 챙기는 생활비서와 정사를 돕는 정치비서다. 춘추시대 천하를 주유한 공자의 곁에도 자로(子路)와 안회(顔回)가 있어 공자의 생활문제를 해결하고 언행을 기록했다. 황제의 생활비서는 환관(宦官)이고, 그 우두머리는 태감(太監)이다. 정사를 보좌하는 정치비서는 군기대신(軍機大臣)인데 봉록(俸祿)이 없다. 재상과 달리 군기대신의 봉록은 국가재정에서 주는 게 아니라 황제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관료가 아니라 가노(家奴)의 신분이란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흔히 비서에 따르곤 하는 부정적인 이미지는 환관 또는 태감의 정사 간여와 관계가 있다. 황제 옆 사람(身邊人)이다 보니 황제의 신임을 얻기 쉽고 이를 발판으로 주제넘게 나서다 말썽을 일으킨다. 그래서 예로부터 망국의 징조 중 하나로 환관의 발호가 꼽힌다.   최근 중국 인터넷 공간엔 ‘국가의 태감화(太監化)’를 우려하는 글이 떠돈다. 태감화가 갖는 문제는 인격은 없이 권력의 비위를 맞추거나 시비를 따지지 않는 채 이익만 좇는 것이다. 그 결과 실제적으론 상사의 일을 돕는 게 아니라 상사의 체면을 지키는 데 그친다. 과거 태감이 육체적 거세자였다면 현재의 태감은 정신적 거세자로 일컬어진다.   중국에서 태감화 운운의 말이 나오는 건 지난해 20차 당 대회와 지난달 양회(兩會)를 거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비서 출신이 대거 요직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권력 서열 2위 리창 총리는 시진핑이 저장성 당서기로 있을 때 비서장 역할을 했다. 서열 5위 차이치는 정치국 상무위원 신분으론 드물게 이번에 당 중앙판공청 주임을 겸하게 됐다. 시 주석의 생활과 경호 등을 책임지는 것으로 생활비서에 가깝다.   서열 6위 딩쉐샹 상무 부총리는 바로 차이치에 앞서 당 중앙판공청 주임을 맡았다. 당 최고 지도부인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중 3명이 시진핑의 비서나 비서 출신인 셈이다. 시 주석은 얼마 전 러시아 방문 때 차이치를 마치 비서처럼 데리고 갔다. 그런가 하면 리창의 총리 취임 후 일성은 앞으로 국무원의 모든 일은 시진핑 핵심(核心)을 쫓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태감화의 문제는 태감이 황제에게 절대복종하듯이 당의 주요 지도자들이 1인자에게 절대 충성하느라 시비를 말하지 않고 선악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덩샤오핑이 마오쩌둥과 같은 ‘괴물 황제’가 다시 출현하는 걸 막기 위해 고심 끝에 출범시킨 견제와 균형의 집단지도체제는 그렇게 중국 역사 속에서 사라지는 모양새다. 유상철 . 한국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중국읽기 중국 태감화 태감화 운운 정치국 상무위원 비서 출신

2023-04-17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